한국 배드민턴에 ‘박주봉 매직’이란?
죽마(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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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09:46
[자카르타-팔렘방 AG 사마사마통신]
흰색 상의에 새겨진 일장기가 선명하다. 여자 선수들이 단체전에서 중국의 대회 6연패를 저지하고 금메달을 따내자 코트로 달려가 그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같이 좋아한다. 스탠드에 있던 일본선수단 임원들 쪽으로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며 기쁨을 나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나서는 일본 취재기자들 앞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인터뷰를 한다.
그는 다름 아닌 한국 남자 배드민턴의 ‘레전드’ 박주봉(54)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로 한때 동남아시아에서는 최고의 배드민턴 스타로 이름을 떨쳤던 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과거 그의 이름을 딴 ‘주봉 주스’, ‘주봉 버거’가 출시되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뒤 국내 지도자를 맡을 생각도 있었으나 여의치 않자 일본 배드민턴대표팀 감독이 됐다. 그리고 벌써 14년째다.
박 감독은 지도자로서 절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지난 5월 세계배드민턴 여자단체전(우버컵)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단체전마저 석권한 것이다. 지난 22일 3단2복식의 결승전에서 일본은 최강 중국을 압도하며 3-1로 이겼다. 일본 우승에 기여한 여자단식의 오쿠라하 노조미, 여자복식의 마쓰모토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 후쿠시마 유키-히로타 사야카는 박 감독의 지도를 받고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박주봉 감독은 일본이 하지 않던 한국식 산악훈련, 모래사장 훈련을 시키며 선수들한테 정신력을 강조했다고 국내 취재진한테 털어놨다. 그는 “각 파트마다 코치가 있다”며 자신은 “정신적으로 주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중국을 이겨야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목표와 동기를 유발했다. 전지훈련 스케줄은 자신이 직접 짰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40년 만에 단체전 노메달이라는 충격에 빠졌다. 2020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궁색하게 들린다. 한국이 남녀단체전 8강전에서 일본에 0-3, 인도네시아에 1-3으로 각각 지던 날,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박기현 회장과 김중수 부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다 경기장을 떠났다. 유능한 지도자를 이웃 나라에 빼앗기고, 이용대·유연성 등 스타들의 은퇴 이후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배드민턴의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자카르타/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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