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와 박주봉
박항서 감독이 다시 베트남의 축구 영웅으로 떠올랐다.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일궈냈던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상 첫 준결승에 오르면서다. 베트남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도 베트남 축구를 아시아 정상권 수준으로 끌어올린 박 감독의 활약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쓸 만큼 칭송을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한국에서도 한때 잘 나갔던 지도자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이 2002년 월드컵축구 4강 신화를 만들 당시 그는 한국 대표팀 수석 코치였다. 월드컵 직후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아 동메달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성적 부진을 이유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후 그는 변방으로 밀렸다. 상무 감독을 끝으로 한국리그를 떠난 후 지난해 베트남 감독을 맡아 한국에서 못다한 지도자로서 능력을 활짝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외국팀 한국인 지도자로 축구에 박항서 감독이 있다면, 배드민턴에 전주 출신의 박주봉 감독이 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끈 일본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복식 은·동메달 등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녀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앞을 가로막은 곳이 일본팀이었다. 박 감독이 이끈 일본 여자 대표팀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올핌픽 사상 첫 배드민턴 금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과 마찬가지로 박주봉 감독 역시 한국에서는 변방에 있었다. 서울 올림픽 시범경기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비롯해 국제대회 72회 우승으로‘배드민턴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으나 한국 배드민턴계는 그가 지도자로 설 수 있는 곁을 주지 않았다. 선수로서 화려한 꽃을 피운 박 감독이 일본에서 지도자로 우뚝 선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예일 것이다. 그럼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휩쓸던 박주봉 감독의 일본 국기를 가슴에 단 모습이 어쩐지 낯설다. 자의반타의반으로 한국을 떠난 두 지도자의 성공 신화가 흔연스럽지만은 않다. 고국과 고향이 이들을 품지 못한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