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온 셔틀콕황제 박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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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25일 인천실내체육관에서 만난 박주봉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치(41)는 그야말로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방송 취재까지 응하느라 아예 본부석 쪽으로 나와 있었다.

“점심식사도 하고, 선수들하고 미팅도 해야 하는데….” 가까이서 말 한마디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1980~90년대 배드민턴 남자복식을 석권했던 ‘셔틀콕의 황제’답게 그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여전했다. 25일 개막한 대교눈높이코리아오픈국제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한 박주봉 감독. 그가 이번엔 일본팀의 ‘메달 조련사’로 변신해 고국을 찾았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끝으로 라켓을 놓았던 박감독은 세계적인 상품성과 역량을 인정받아 97년 영국, 2001년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에 이어 세번째 외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11월1일자로 부임했으니 채 석달도 안됐네요. 그동안 집도 구하고 애들 학교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처음 두달간은 협회 사람들과 만나 올해 계획과 훈련 스케줄 등을 짜느라 제대로 연습도 못했습니다.”

그가 이끌고 온 일본 배드민턴팀이 호흡을 맞춘 기간은 단 2주밖에 안됐다고 한다. 아직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나 장단점을 파악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따라서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테스트해볼 수 있는 무대인 셈이다.

92년 바르셀로나에서 배드민턴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0여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아직 동메달조차 따지 못한 ‘셔틀콕의 변방’. 일본 배드민턴계는 이 때문에 박감독을 노메달의 한을 풀어줄 ‘구원투수’로 여기고 있다. 세계스포츠 강국이면서도 ‘배드민턴만은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이미 박성우 코치(35·일본 도나미운송코치)를 영입한 데 이어 박감독까지 모셔왔다.

세계선수권 7회 우승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박감독이 말레이시아팀 지휘봉을 놓고 지난해 잠시 한국 대표팀 코치로 나서 남복 김동문·하태권조의 금메달을 일궈낸 것도 일본 배드민턴계를 매료시켰다.

박감독은 배드민턴 종주국인 영국팀 감독을 3년간 맡으면서 자부심을 느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최고의 스타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99년 100회째를 맞은 전영오픈에서 자신이 가르치던 영국 혼합복식조가 무적을 달리던 김동문·라경민조를 물리치는 기염을 토할 때는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그런 박감독이 배드민턴 불모지 국가를 세계 정상권에 올려놓는 것도 보람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일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번 대회에 온 일본 선수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포진시킨 신예들로 구성돼 있다. 그가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선수는 여자복식의 오구라·시오타조 정도. 신체조건도 좋고 하려는 의지도 강하다고 박감독은 귀띔했다. 그러나 “8강에만 들어도 성공”이라는 게 박감독의 냉정한 평가다.

박감독은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은 언제나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외국팀을 맡으면서 한국팀과 맞붙을 땐 부담이 몇배나 더 가중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맡은 시절 시드니올림픽 남자복식 준결승에서 한국의 이동수·유용성조가 말레이시아조와 맞대결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팀 지도자는 바르셀로나올림픽 메달 파트너 김문수 코치와 자신의 매형이기도 한 권승택 감독이었다.

배드민턴은 말레이시아의 국기(國技)나 다름없는 종목인 데다 전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던 터라 그때 느꼈던 부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작전지시가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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