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ㆍ박주봉 등 아시안게임에 부는 지도자 한류 열풍... 비결은?
박항서(왼쪽)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 감독과 박주봉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지도자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특히 박항서(59)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과 박주봉(54)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해당 국가의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박항서의 ‘파파 리더십’
박항서호는 앞서 23일 열린 남자축구 16강전에서 바레인을 1-0으로 꺾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8강행을 확정했다. 베트남은 그 동안 2010, 2014년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베트남의 축구 열기도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처럼 뜨거워지고 있다. 16강전이 열린 날 베트남 축구 팬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역사적인 승리를 자축했고, 국영 베트남항공은 시리아와 8강전이 열리는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당일로 왕복하는 3개의 직항편을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
박항서 리더십의 핵심은 ‘온화함’이다. 한국인 특유의 ‘정(情)’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며 ‘원 팀’을 만들고 있다. 에이전트사인 DJ매니지먼트의 한 관계자는 26일 박 감독의 리더십과 관련해 “아버지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대해줘 ‘파파 리더십’이라 불린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발 치료를 받는데 직접 함께 가 줬다”고 일화를 전했다.
그는 이어 “부상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 선수가 있을 땐 시간을 내 가는 길을 배웅해주고 좋은 말씀을 해준다. 라커룸에선 전술적인 지시 외에도 ‘너를 믿고 있다’라든가 ‘잘 하라’ 등 덕담을 건네며 선수들을 독려한다”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모든 선수들의 캐릭터를 다 파악하고 있으면서 동등하게 잘 챙겨준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의 성격을 묻자 이 관계자는 “일에 관해선 똑 부러지는 성격이지만, 선수와 관계에선 살가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박주봉, 일본 배드민턴에 한국 시스템 이식
한국식 시스템을 이식해 빛을 보고 있는 지도자도 있다. 박주봉 감독은 일본 대표팀을 맡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이번 대회에선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3-1로 꺾고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48년 만에 일본에 금메달을 안겼다.
박 감독은 2004년 지휘봉을 잡은 후 대표팀에 한국식 합숙 훈련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전까지 일본 대표팀은 외부의 간섭에 시달리며 훈련 분위기 등이 좋지 못했다. 박 감독은 해결책으로 국내 태릉선수촌을 벤치마킹한 합숙 시스템을 실시했다. 그는 전담 코치 보강, 체력 강화 등도 강조했다.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통역 없이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박 감독은 오키나와 백사장을 뛰게 하는 등 선수들에게 ‘스파르타식’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현지 중고등학교 대회까지 참관하며 인재 발굴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도자 한류는 “우수 인력의 노동 분화”
‘야구 전설’ 이만수(60) 감독은 라오스를 이끌고 아시안게임에 나서며 한류 지도자 열풍에 힘을 보탰다. 아시안게임 출전은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라오스는 21일 태국전(0-15 패)과 22일 스리랑카전(10-15 패) 결과로 결국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10점을 올리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태권도에서도 한국인 지도자의 주가는 상한가다. 이번 대회 품새에서 메달을 1개 이상 따낸 9개 국가에는 모두 한국인 지도자가 있다. 금2, 은1, 동1을 획득한 한국(곽택용 코치ㆍ전민우 코치)은 물론이고 금1, 동1의 태국(이나연 감독)과 금 1개를 얻은 인도네시아(신승중 감독ㆍ박동영 코치)에도 한국 지도자가 포진해 있다. 이란(은2), 중국(은1), 대만(동2), 필리핀(동2), 베트남(동1), 말레이시아(동1)에도 각각 1~2명씩 한국인 지도자가 자리를 잡고 있다.
조성식(58)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한류 지도자들이 활약 중인 태권도 등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종목이다. 한국에 그만큼 우수한 인력이 많고 그게 글로벌 시장에서 노동 분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예를 들어 축구 강국인 유럽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전 세계 각국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베트남 축구는 아직 성장 단계인 터라, 당장 유럽 지도자들보다는 아시아권인 현지 문화 이해에 강점을 갖는 한국인이 와서 지도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었다. 개인 능력도 뛰어난 박항서 감독은 결국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출처 : 한국스포츠경제(http://www.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