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임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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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5 18:37
- 1980∼1990년대 태극마크를 달고 당대 최고의 배드민턴 스타로 군림한 박주봉(50) 감독이 지도자로서는 이웃 나라 일본을 '셔틀콕 강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박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대표팀은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막을 내린 제28회 세계남자단체선수권대회에서 말레이시아를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49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만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가진 이 대회에서 일본은 처음으로 '우승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일본은 준결승에서 최근 대회 5연패에 빛나는 중국을 제압한 데 이어 남자단식 세계 1위 리총웨이 등이 버틴 말레이시아도 물리치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같은 기간 일본 여자대표팀도 제25회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했다.
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에 막혔지만, 이 대회가 2년 주기로 전환된 1984년 이래 일본이 결승에 진출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모두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박 감독 개인으로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던 시절에도 이루지 못한 값진 우승이다.
그는 현역 시절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통산 5차례나 정상에 올라 남자단식의 린단(중국)과 함께 역대 최다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애틀랜타 올림픽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 영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은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일본 대표팀을 맡았다.
일본은 아테네 대회까지 올림픽에서 8강에 한 차례 오른 게 최고 성적일 정도로 배드민턴에서는 약체였던 터라 박 감독을 영입해 종목 키우기에 나섰다.
박 감독은 이전까지 소위 'B급 대회'에 주로 출전해 랭킹 포인트를 올리던 일본 선수들을 상급 대회에 내보내 정상급 선수들과 대결시키기 시작하면서 초기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결실은 서서히 찾아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은 여자복식 1개 조가 4강에 진출해 당시 역대 최고 성적을 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식의 후지이 미즈키-가키이와 레이카 조가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경사를 누렸다.
그 사이 박 감독은 학업도 병행해 2009년에는 순천향대학교에서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를 분석한 논문으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열정을 쏟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이번에는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에서 남녀 대표팀을 모두 결승에 올려놓으며 일본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만들었다.
26일 현재 일본에 세계랭킹 1위 선수는 없지만, 남자복식 1개조, 여자복식 2개조, 남자단식 선수 1명이 세계랭킹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