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탈출기
코로나 사태가 점점 기승을 부리던 2월 25일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 시킨다는 나라가 어느덧 8개국으로 늘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형제의 나라라는 터키는 아직 그런 기미가 보이지않았다.
올초 인터넷 쇼핑에 [터키 두바이 8박 10일에 99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상품이 있기에
지인부부를 설득해 예약을 했는데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해 점점 선택에 갈등이 오기 시작했다.
코로나사태를 실감했을 땐 디데이가 일주일도 안 남은 시간,
이제와 취소를 하면 금전적인 손해가 적지 않았다.
그렇지않아도 저렴한 가격을 골라 떠나려던 여행인데 가지도 못하고
손해를 보는 건 결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엔 확진자가 100명을 육박하는데
그나마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여행지인 터키는 한명도 확진자가 없는 거였다.
그래, 불안하지만 청정국가니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을 다져먹고
공항으로 가니 나와 같은 마음으로 출발을 선택한 사람이 17명,
마치 환자군단처럼 마스크를 쓰고 비행기에 오르니
우리나라 사람과 아랍계사람 등, 해서
2층으로 된 점보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첫 기착지는 두바이, 여차하면 입국이 금지되어 뒤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서로에게 인사를 제대로 건네지도 모를 정도로 분위기가 경직이 되어 있었다.
뉴스에서처럼 열감지기에 경찰이 감시를 하겠거니 했던 두바이 공항은
왠일인지 그 흔한 열감지기조차도 없고 아무런 제제도 었었다.
하루를 두바이 시내 관광을 했는데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우리 일행 뿐이어서
어색함에 마스크를 벗어 버려야 했다.
이어 도착한 터키는 더 조용했다.
나름 긴장을 하고 입국 수속을 받는데도
누구하나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하는 것도 없이
그야말로 여행 7일차 터키에서 한국인 입출국 금지결정을 내리기 까지
아주 편하고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가 있었다.
가는 여행지마다 중국인 관광객이 없으니 너무 조용하고 모든 절차가 신속히 이루어져
가이드 왈, 매번 이런 분위기면 가이드 할만 하다는 너스레를 펴기도 했다.
로밍을 안해간 관계로 밤에 숙소에 도착하면 하이파이를 이용해 국내정세를 보니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한 열흘 다녀오면 코로나도 조용해 지겠지 했는데 점점 확진자는 늘고
해외각국은 한국입출국금지를 경쟁하듯 고지하고 있었다.
터키가 한국인 입출국 금지를 시킨날,
조식을 먹으러 호텔식당에 가니 모두들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억류, 감금,...
한 두분의 남자들은 시국도 어려운데 이곳에서 더 있다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농담을 건네지만 얼굴은 모두 굳어 있었다.
가이드 왈, 어찌됐든 그것은 공항가서 부딪칠 일이고 관광은 계속 된다며
일행을 위로 했고 관광지에 가면 우리도 언제 걱정했느냐는 듯 즐기고 있었다.
이 날밤, 그간 아무 소식도 없던 주봉마을 주민분이 카톡을 보내 주셨다.
출국금지에 따른 걱정을 하시며 나를 위로해주는 듯 하더니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듯 보였다.
터키 아가씨는 이쁘냐는 둥, 음식은 먹을 만 하냐는 등, ㅎㅎㅎㅎ
시간은 흘러 드디어 귀국하는 날이 되었다.
터키에서 만난 한국팀 세팀중, 한팀은 터커공항에 억류되고,
다른 한팀은 러시아로 경유하다 이틀전 러시아가 금지시켜서 억류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금이 절인다고 해야하나? 쫄깃쫄깃하다고 해야 하나?
주봉마을 연회비도 다 입금 했는데 홀딱 날리는 거는 아닌가 ㅎㅎㅎ 하는
불경 스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갈 쯤
터키는 자국기만 입출국 금지고 우리처럼 두바이 경유는 아무런 제제가 없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며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극적인 귀국을 할 수가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한명도 없는 청정국가 터키에서 8일을 자유롭게 활동을 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눈치를 보며 수속을 밟고
귀가를 하니 역시 집 떠나면 개 고생이라는 말이 실하게 다가왔다.
귀국 다음 날
터키에 있을 때, 입출국금지 때문에 걱정해 주는 척하시던
주민분이 카톡을 보내 왔다.
그분 - 귀국했어요?
시아사 - 억류중 임돠.ㅠ ㅠ
그분 - 아- 터키서요?
시아사 - 나 좀 대려가줘요. 12시간이 넘었어요. ㅠ
그분 - 우짠다요. 이참에 터키에 정착 해요. 정착 ㅋㅋ
시아사 - 엄청좋아하시네요. 저는 똥줄 타는데...
밥도 못 먹었어요. ...
그분 - ㅎㅎㅎ 인생에 좋은 경험하네요.
시아사 - 너무 즐기시는거 아녜요? 주민이 하나 그만둘지도 모르는데?
그분 - 예비 주민 여기 많아유 ㅋㅋ
시아사 - 암튼 귀국하면 이 문자 다 까발리겠스요.
그분- (이모티콘) 메~롱 ~~~
.
.
( 더 이상 그분 인간성이 더 드러날까 걱정이 되서... ㅋㅋ)
시아사 - 살아서 잘 왔어요.
그분 - 근데 왜 안왔다고 그려요. 우~~썅
그분 - 에~휴 수원주민 새로 개비 하는 건데... ㅎㅎㅎㅎ
그분 - 살아 왔으니 ㅇㄲㅈ 덕 본줄 아슈... ㅎㅎㅎ
시아사 - ???????
이런 당치도 않는 역경을 딛고 터키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ㅎㅎㅎ